생명과학

유도만능줄기세포 (iPS)의 발견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memo01004 2025. 8. 14. 15:24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 세포 운명을 되돌린 두 과학자

서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발견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 생물학의 오래된 교리를 뒤집은 두 과학자, 영국의 **존 거든(John B. Gurdon)**과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에게 돌아갔다.
그들의 업적은 “성숙한 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의 전능성(pluripotency)을 지닌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며, 재생의학·질병 연구·신약 개발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발견은 단순한 실험적 성공을 넘어,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한 번 분화된 세포는 되돌릴 수 없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인간 스스로 세포 운명을 재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존 거든의 핵 이식 실험 – 1960년대의 도전

1962년,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연구자였던 존 거든 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성체 개구리의 장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미수정 개구리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이식했다.

당시 과학계는 이미 분화한 세포의 핵이 배아 발달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든의 실험에서 일부 난자는 정상적인 올챙이로 성장했다. 이는 성체 세포의 유전 정보가 여전히 모든 세포 유형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 발견은 ‘세포 분화는 가역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세웠지만, 기술적 한계와 보수적인 학계 분위기로 인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야마나카 신야의 iPS 세포 – 21세기의 혁명

2006년, 일본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거든의 개념을 현대 분자생물학으로 구현했다. 그는 쥐의 피부 섬유아세포에 **네 가지 전사인자(Oct4, Sox2, Klf4, c-Myc)**를 도입해, 배아줄기세포(ESC)와 거의 동일한 성질을 가진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를 만들어냈다.

이 혁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1. 윤리적 장벽 해소 – 배아를 파괴할 필요 없이 환자의 성체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어,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논란을 크게 완화했다.
  2. 맞춤형 치료 가능성 –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조직은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이 낮아, 장기이식·조직재생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야마나카의 방법은 단순히 실험실 기술이 아니라, 생명과학의 근본 원리를 다시 쓰는 작업이었다.


iPS cell and application
iPS cell development and application

과학적 원리 – 세포 운명의 재설정

세포 분화는 특정 유전자 네트워크의 켜짐·꺼짐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 전능성을 지닌 초기 배아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능성은 제한되고 특정 기능에 특화된다.

거든의 핵 이식 실험은 성체 세포의 DNA가 여전히 전능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야마나카의 iPS 기술은 이 잠재력을 되살리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네 가지 인자는 세포 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리셋’하여, 이미 분화한 세포를 배아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린다.


의학적·사회적 파급 효과

이 발견의 응용 범위는 매우 넓다.

  • 재생의학: iPS 세포로 심장근육세포, 신경세포, 췌장 베타세포 등을 만들어 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수 있다.
  • 질병 모델링: 환자 세포로 만든 iPS 세포를 질환 관련 세포로 분화시켜 병의 진행을 시험관에서 관찰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시험할 수 있다.
  • 유전자 치료: iPS 세포를 유전자 교정과 결합해, 유전병 치료 가능성을 높인다.

사회적으로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고, 정부와 민간의 연구 지원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iPS 세포 임상 적용 대표 사례

파킨슨병 – iPSC 유래 도파민 뉴런 이식

  • 개요: 흑질 도파민 뉴런 소실을 iPSC 유래 도파민성 전구세포로 보완.
  • 진행: 일본 교토대 팀이 환자 뇌(선조체)에 세포를 국소 이식하는 초기 임상을 개시. 수술 안전성, 세포 생착, PET 기반 도파민 활동 지표, 운동 증상 변화 등을 다각도로 평가.
  • 의미: 중추신경계 세포치료의 난제를 임상에서 시험 중인 대표 프로그램.

심부전 – iPSC 유래 심근 패치

  • 개요: iPSC에서 심근세포를 만든 뒤 얇은 시트/패치 형태로 좌심실 표면에 부착.
  • 진행: 수술 안전성, 좌심실 박출률 변화, 부정맥 위험, 흉터 리모델링 지표 등을 추적. 세포 단독 vs 생체재료 지지체 결합 전략도 비교 검토.
  • 의미: 세포치료를 심장외과 술기와 결합한 재생의학의 실전 테스트베드.

향후 전망 – 세포 운명 제어의 시대

iPS 기술은 여전히 발전 중이다. 전사인자의 종류와 전달 방법을 개선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종양 형성 위험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과 결합하면, 맞춤형 치료의 실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iPS 세포 기반 임상시험이 시작되었으며, 파킨슨병·황반변성·척수손상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결론: 세포 운명 재설계의 서막

존 거든과 야마나카 신야의 업적은 생명과학의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한 번 분화한 세포도 다시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는 스스로의 세포 운명을 설계하고, 맞춤형 의학과 재생치료를 실현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 두 과학자가 연 문은 단순히 한 시대의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인류 건강과 생명 이해를 이끌 새로운 과학혁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